신세계에서

Ⅰ.
처음
생존에 허덕이는 나를 보았다.
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지만
안달복달하며 바둥거리는 것이
애닯아서
이럴 것까지 있나 싶었다.

정 안 되면
배 고파서 죽고
아파서 죽으면 되지
뭐!

죽음은
이 몸뚱이 벗는 건데
피안으로 가는 건데
이 세상에서 보면 이별이고
저 세상에서 보면 백성 누구가 전입해 오는 건데...

말이 되던, 안 되던
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가니
어느 새 삶과 같은 죽음에 들어와 있었다.

어랏!
여기에서 보니
죽음은
곰팡이 냄새나는
칙칙하고 눅눅한 어둠이 아니고
암울하고 괴기스러운 공포도 아니고
삶의 연속이었다.

들뜬 기대는 티끌만큼도 없었지만
신세계이니까
그저 따뜻하고 환할 거라 의심하지 않았었는데
첫 만남이 죽음이라니...
정말 이상했다.
얼마나 이상했냐면
지금도 되살아날 정도이다.

이제는
하얀 죽음과 친해졌다.

Ⅱ.
모양이 다르고
생각도 제각각인 사람들이
충돌과 시비 속에서도
열심히 살고 있었다.

행복하고 싶고
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서
모두모두 있는 힘을 다해서 살고 있었다.
살 수 밖에 없는 삶이
이 세상에 온 이유이기는 하지만
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들.

사람이 최고다

꽃보다 훨씬 예쁘고
별보다 훨씬 빛나는 것이
사람이다.